프리랜서가 가장 많이 확인하는 숫자는 단연 매출입니다.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지, 지난달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에 따라 스스로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매출은 눈에 보이고 비교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출이 높다고 해서 재정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매출에만 집중할수록 중요한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로 프리랜서의 위기는 매출이 줄어들 때가 아니라, 매출은 유지되는데 현금이 버티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리랜서가 매출보다 먼저 관리해야 할 세 가지 숫자,
즉 가용 현금, 고정비 커버 기간, 현금 잔존율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숫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프리랜서의 생존력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지표들입니다.

가용 현금: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입니까
가용 현금은 이름 그대로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장에 찍힌 잔액’과 가용 현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통장 잔액에는 세금으로 낼 돈, 다음 달 고정비로 나갈 돈, 이미 용도가 정해진 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돈까지 모두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판단은 왜곡됩니다.
가용 현금은 이렇게 계산해야 합니다.
현재 통장에 있는 돈 중에서
세금으로 확정 지출될 금액을 제외하고,
이미 약속된 비용을 제외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건드리면 안 되는 돈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이 숫자가 작을수록 프리랜서는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일을 골라 받을 수 없고, 단가 협상에서도 불리해지며, 무리한 일정도 감수하게 됩니다.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가용 현금이 부족하면 체감 안정감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도 가용 현금이 충분하면 판단은 훨씬 차분해집니다.
프리랜서에게 가용 현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자원입니다. 이 숫자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재정 관리의 절반은 시작된 셈입니다.
고정비 커버 기간: 지금 멈춰도 몇 달을 버틸 수 있습니까
고정비 커버 기간은 프리랜서의 생존 기간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아무런 수입이 없어도 고정비를 몇 달 동안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숫자는 많은 프리랜서가 의도적으로 계산하지 않으려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짧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정비에는 주거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 서비스, 최소 생활비 등이 포함됩니다.
이 금액을 월 단위로 정리한 뒤, 현재 가용 현금을 나누면 고정비 커버 기간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가용 현금이 900만 원이고, 월 고정비가 300만 원이라면 커버 기간은 3개월입니다. 이 숫자는 프리랜서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커버 기간이 짧을수록 불안은 커지고, 선택은 급해집니다.
반대로 이 기간이 길수록 프리랜서는 전략적인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단기 수입이 없는 공부나 정비 시간을 가질 여유도 생깁니다.
매출 목표를 세우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것은 이 숫자입니다.
고정비 커버 기간을 늘리지 못한 채 매출만 키우는 것은, 속도를 높인 채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금 잔존율: 번 돈 중 실제로 남는 비율은 얼마입니까
현금 잔존율은 매출 대비 실제로 남는 현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지표는 프리랜서의 구조적 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매출이 1,000만 원인데 실제로 통장에 남는 돈이 300만 원이라면, 현금 잔존율은 30%입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프리랜서는 많이 벌수록 더 바빠질 뿐, 안정과는 멀어집니다.
현금 잔존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세금, 수수료, 고정비, 예측하지 못한 지출 등이 매출을 잠식합니다. 문제는 이 비용들이 매출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지표를 관리하지 않으면 프리랜서는 늘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열심히 벌고 있는데 왜 남는 게 없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됩니다.
현금 잔존율은 단순한 절약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지표입니다. 이 비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매출 상승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것은 매출 성장보다 잔존율이 유지되는 성장입니다. 그래야 수입이 늘어날수록 체감 안정감도 함께 올라갑니다.
프리랜서가 재정적으로 흔들리는 이유는 매출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숫자를 관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용 현금은 지금의 선택지를 결정하고,
고정비 커버 기간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보여주며,
현금 잔존율은 구조의 건강 상태를 드러냅니다.
이 세 가지 숫자는 매출보다 먼저, 그리고 꾸준히 관리해야 할 지표입니다.
이 숫자들이 정리되면 매출은 더 이상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전략의 결과가 됩니다.